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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북

가이드북 - 성가족 성당 9편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

by GATO VERDE 2025.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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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페인에 사는 고양이 Gato verde입니다.
 
성가족 성당 가이드북의 9편은 그동안의 성가족 성당 안내 포스팅을 정리마며 이전에 했던 생각들에 대하여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 바르셀로나 여행자분들께 드리는 작은 혜택 ※

성가족 성당 남쪽, '영광의 파사드(Glory Facade)' 바로 앞에는 Emporio라는 기념품샵이 있어요.

▶ 위치 보기 구글맵 링크 → https://maps.app.goo.gl/iidJs4H3MaSt2KJv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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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이런 꿀팁 진짜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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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단체 패키지 손님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사진은 성가족 성당의 남쪽벽을 멀리서 찍어본 사진입니다. 
 
 
지금까지 성가족 성당을 출입한 횟수만 따져도 대충 200번은 한 것 같습니다. 
2024년에만 40번 정도 입장 했던 것 같아요.
앞에까지만 가서 동쪽벽만 혹은 서쪽벽만 보고 온 것까지 따지면 1000번도 넘게 다녀왔습니다. 
 
처음 갔을 때의 생각과 여러 번을 오가며 드는 생각들이 다르긴 하더라고요.
그리고 많은 손님들을 경험하면서 손님들의 질문을 받으며 생각해 보니 제가 미쳐 보지 못했던 부분까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번 글에 쓰는 말들은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저의 자의적 해석이 들어있으니 동의하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저 제 생각을 정리해 본 것뿐이니 반박은 환영하나 논쟁하고 싶은 마음은 없음을 밝힙니다.

 

1.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

30살 젊은 가우디

 
성가족 성당을 처음 보던 당시엔 가우디는 정말 대단한 천재이며 엄청난 작품을 남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러 번 보고 여러 사이트들을 통해 조사도 해보고 많은 내용들을 알게 되면서 생각이 점점 바뀌었다.
 
성가족 성당을 가우디의 작품이라 할 수 있을까?
 
비야르는 터를 잡았고 지하 예배당을 만들었다. 
하지만 누구도 성가족 성당을 비야르의 작품이라 부르지 않는다. 
비야르의 이름은커녕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2대 건축 총책임자 가우디는 그 이후 수많은 책임자들의 이름을 가린 채 홀로 건축가로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가우디의 재임기간이 제일 길긴 하다

 
가우디 이후에도 7명의 건축가가 총책임자로 참여했지만 우리 모두 그들의 이름을 모른다.
 
가우디는 북쪽 회랑의 일부와 동쪽벽의 건축이 진행되던 중 사망하였고 (가우디가 완성을 본 유일한 종탑은 바나바의 탑이다)
성당 건축의 90% 이상은 가우디의 후배 건축가, 건축 노동자들에 의하여 완성되었다. 
가우디 본인도 성당의 건축이 자신의 인생 중 완료되지 않을 것이니 후배 건축가들에게 수많은 부분을 맡겨놓고 먼저 하늘나라로 갔다. 
 
물론 가우디는 건축가로서 설계와 디자인의 총감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가우디의 작품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1936년 스페인 내전의 결과로 설계도와 사진, 석고 모형등이 소실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기록물을 남기지 않던 가우디의 생각을 알 수 있던 보조자료들을 대거 잃었다.
 
그 후 1939년 전쟁 종료 후 일부 몇 안 남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프란세스크 드 파울라 낀따나가 작품의 방향을 재구성했고 그를 바탕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니 가우디가 살아 돌아온다면 지금의 성당을 보며 바꾸고 싶은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닐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살아 돌아온 가우디가 바꾸라고 한다면 바뀌어야 하는가?
 
가우디는 작은 부분만 만든 채 먼저 하늘나라로 갔으며 그의 생각이 어디까지 적용되었고 어디부터 설계 변경이 되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성가족 성당과 바르셀로나에 대하여 글을 쓰는 평론가들 중엔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성가족 성당은 하루 더 많이 지어질수록 하루 더 많이 가우디로부터 멀어진다."
 
 이 성당을 얼마큼 가우디의 작품이라 할 수 있을까?

가우디는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사람들은 가우디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날을 작업하길 바랐지만 가우디는 자신의 물러날 시기를 알았던 것 같다.
언젠가 완성될 이 성당은 누구의 작품이라 할 수 있을까.

2. 속죄와 참회

바글바글

성가족 성당의 일반 티켓 가격은 2025년 현재 기준으로 29.99유로이다. 대충 45,000원이다. 
2023년에 방문한 한국 사람만 약 24만 명이다. 
요즘 환율 오른 거 빼고 당시엔 1350원쯤 했으니 대충 97억이다. 
2023년 한국 사람들이 성가족 성당에 입장하기 위해 지불한 금액만 대략 97억이라는 말이다. 
 
1년 동안 입장객들의 입장료를 모두 모으면 대략 천억 원이다.
100,000,000,000원
지금도 성가족 성당은 하루 약 3억 원의 입장 수익을 올리고 있다.
 
가우디는 자신의 건축물이 이렇게 많은 관광객이 오는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지금은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구엘공원도 분양에는 완전 실패했다. 까사밀라 역시 의뢰인에게 외면당했고 가우디 사망 후 얼마동안은 엄청나게 많은 욕을 먹는 대표였다.

항공기 이착륙장이냐는 조롱도 받았다

살바도르 달리가 가우디의 재평가에 대하여 언급하기 이전까지 가우디는 괴상한 건축물을 만든 조롱의 대상이었다. 
물론 가우디의 사망에 대하여 모든 카탈루냐가 애도할 만큼 가우디는 도시의 위인이었지만 그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지금과 판이하게 다른 평가와 거친 말들도 많았던 시기가 있었다. 
 
살아생전에 가우디는 독특한 건축물을 만드는 사람정도였지 지금처럼 Mr. Barcelona가 결코 아니었다.
그러니 앞으로 자신의 건축물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지었다기보단 그저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신껏 지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그게 지금 대박이 났을 뿐.

관광지가 된 성당을 보며 가우디는 무슨 생각을 할까.

성가족 성당은 보까베야의 나사렛의 성가족(예수님, 성모 마리아, 요셉) 세 분을 위한 속죄와 참회의 성당으로 추진된 프로젝트다.
도시의 관광 자원이 될 생각도, 입장료 수익을 올릴 생각도, 명소가 될 생각도 없었다.
보까베야도 가우디도 하느님께 받은 죄 사함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람들이 죄를 뉘우치며 자신이 성경의 말씀대로 살고 있는지 돌아보고 그렇지 못했다면 눈물의 회개를 하는 장소로 이 성전이 사용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곳에 속죄와 참회가 있는가?

이곳엔 그저 수많은 사진 찍는 사람들, 그들의 소지품을 노리는 소매치기들, 물건 파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때로는 야하게 옷 입은 사람들의, 때로는 틱톡커들의 촬영 장소로 유명한 어떤 배경이 되었다.

그 많은 입장료 수익은 어디에 얼마가 쓰일까?
바르셀로나 교구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건축과 시설 유지를 위하여 쓰인다고는 하지만 난 이 부분에도 의문이 많다.

이 건축물이 의뢰자와 건축가의 본래의 의도대로 사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매주 일요일 오전 9시 미사가 있긴 하지만 난 이 질문에 그렇다는 답을 내리기가 어렵다.
(참고로 저는 무교에 가까운 천주교입니다)
 

3. 건축물은 어디까지 건축가의 소유일까?

밤이 되면 성가족 성당에 불이 들어온다.
원래도 잘 보이도록 혼자 높게 튀어나와 있지만 불까지 켜지면 더 잘 보인다.

바르셀로나의 다른 주요 건축물들도 밤에 불이 들어온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건축물 중 하나는 까사바트요가 아닐까 싶다.
불 들어온 밤의 모습은 낮과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관광객들을 부른다.

하루는 까사바트요에 6색 무지개 불빛이 들어왔던 날이 있었다.
그날은 성소수자들의 행사가 있었던 날이다.
실제로 까사바트요는 꼭대기 테라스에 나가서 사진 찍을 수 있는 자리가 있고 유료로 사진을 판매한다.
그리고 그 사진 예시로 걸려있는 사진 중 게이커플의 키스 장면도 있다.

가우디는 이 부분을 어떻게 생각할까?

가우디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당시는 가톨릭 교계에서 동성애에 대하여 엄격하게 하느님의 질서를 깨트리는 죄라고 가르쳤을 시대였다. 가우디 역시 그런 문화 안에서 자랐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지은 건물에 성소수자의 상징의 조명을 비춘다?

가우디는 이런 부분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졌다.

가우디는 까사바트요를 지은 건축가일 뿐 소유자가 아니다. 그러니 그 건물에다 무슨 사진을 걸어놓던 어떤 조명을 비추던 그럴 권리는 소유자의 것이지 건축가의 것이 아니다.

가우디가 이 사실을 안다 해도 내가 지은 건물을 그렇게 쓰지 마시오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가우디는 자신이 지은 건물이 본인의 신념, 사상과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는 걸 알면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

건축가는 건축을 마친 후 자신이 지은 건축물에 대하여 얼마 큼의 권리를 가질까.


4. 보이지 않는 성전

앞서 나를 무교에 가까운 천주교라고 했다.
사실상 무교인데 직업 특성상 성가족 성당을 하도 왔다 갔다 하고 설명도하고 설명하려고 이것저것 알아보며 많이 접하다 보니 내적 친밀감이 약간 생겼다고나 할까..
이것저것 알아보려고 방문했던 성당에서 영성체도 받아먹었다. 맛은 그냥 모나카 껍데기 같았지만 뭔가 특별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내가 이 일을 하면서 싫어하게 된 집단도 존재한다. 그건 바로 개신교 목사들이다.

일단 말을 안 듣는다.
사람이 말을 할 때 아예 듣지를 않는 것 같다.
좋소 기업 사장들이 그랬고 선출직 공무원이 그랬는데 목사들도 그렇다.
뭐 말할 때 들어야 뭘 따르든 말든 할 텐데 듣는 태도가 영 아니다.
근데 더 싫은 부분은 들었어도 잘 안 따른다는 사실이다.
Listen도 안 하고 obey도 안 한다.
그럴 거면 출발 전 버스 마이크 잡고 기도할 때 가이드에게 능력과 지혜를 내려주라고 기도는 왜 하는지..

맨날 누군가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시키기만 하고 본인은 누구에게도 통제받지 않는 삶을 살아와서 그렇다는 얘기를 선배 가이드에게 들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목사 부부동반으로 모인 단체가 가장 스트레스받는다.

왜 그렇게 직함에 예민하게 구는 걸까?
본인이 어디 지역 목사 모임 대표라고 노회장님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노회장이라는 단어 죽을 때까지 기억날 것 같다.
그리고 노회장님의 아내분은 노회장사모님이다.
(나는 노회장이 늙은 회장인가 싶었다)
예수님도 직함에 예민할까?
상병 진급했는데 일병이 입에 붙어서 일병님이라고 잘못 불러도 그렇게까지 혼나지 않는다.
아 그냥 형제님 자매님 해

음식에 대한 불만도 가장 많은 단체가 목사 부부 단체였다.
기껏 몇 번 먹지도 않는 현지식을 입에 안 맞는다며 인민재판 같은 불만을 제기하면서 옛날 선교사들 얘기는 왜 할까. 100년 전에 조선 땅을 밟은 선교사들에게 된장이 맛있었을까? 그들은 되돌아갈 비행기가 매주 2번씩 취항하던 시기도 아니고 맥도날드가 큰 길가에 있던 시기도 아니었는데.

버스 앞 좌석에 시계가 있는데 40분쯤 안 맞았다.
시간 맞춰놓으란다. 기사에게 얘기해 봤더니 지금 바꾸면 타코미터(버스 운행 시간 계산하는 장치)에 영향이 있으니 오늘 운행 종료 후 바꾸겠다고 한다. 그렇다고 설명하니까
"바꾸라면 빨리 바꾸지 뭘 말이 많아?"라고 했다.

한번은 어떤 목사가 나에게 스페인의 복음화율이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그게 뭐냐니까 스페인 사람 중 개신교 비율이 어떻게 되냐는 거였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천주교가 많다고 했더니 나에게 천주교랑 개신교가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는데 솔직히 내가 듣기엔 '오빠 나 오늘 뭐 달라진 거 없어?' 같은 얘기였다.
나 같은 비 종교인에게는 그런 주제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나에게 중요한 건 그래서 삶이 얼마나 다르냐는 부분이다.

신앙을 가진 자가 그렇지 않은 자와 삶에서 어떻게 다른가.

내 말을 집중해서 듣지도 않고,
통제에 잘 따르지도 않고,
시종일관 반말이나 하고,
자신을 직함대로 부르는지에 예민하고,
대접받기 좋아하고,
음식 불만 많고,
강압적이고,
가이드를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는데
내가 그들의 어떤 점을 가지고 신앙인은 다르긴 다르구나 하면서 존경할 마음이 생길까?

목사라면 개신교의 대표, 리더들인데 그 사람들의 수준이 저런데 그 사람들의 교회 교인들은 뭐가 나을까?

그리고 왜 그렇게 교회 건축물에 관심이 많을까?
가우디는 건축가 이기라도 했지.
그들은 왜 그렇게 큰 교회를 짓기 위해 애를 쓰는가?
많이 모이면 좋은 예배인가?
큰돈 들여 멋지게 꾸며놓으면 좋은 교회인가?

삶이 엉망이면서 신과의 관계만 좋으면 되는 것인가?
삶이 엉망인데 신과의 관계가 좋은 게 가능하긴 한가?
만약 그런 게 가능하다면 난 그걸 쓰레기라 부르겠다.

진짜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섬기는 분들도 계시다는 거 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은 본인 생활도 넉넉하지 않아서 이렇게 여행 올 엄두도 못 낼 것이다. 그리고 그럴 돈 있었으면 근처 독거노인 귤이라도 한 봉지 사드렸겠지.

난 종교인이 아니다. 앞으로도 아닐 것이다. 저런 목사님들 같은 종교인이 되느니 그냥 조용히 살련다.




조용히 성당 안에 앉아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 여행온 손님들과 하지 못 하는 얘기를 블로그에 적어보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Muchas gracias. Nos vemos pro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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