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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북

가이드북 - 똘레도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by GATO VERDE 2024.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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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페인에 사는 고양이 Gato verde입니다.

 

가이드로 이곳저곳을 다니며 수많은 시간 방문한 명소들에 대한 설명과 기록을 대방출하려고 합니다. 

자유여행으로 오시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첫 번째 글은 Toledo - La Iglesia Santo Tome의 El Entierro del Conde de Orgaz입니다. 

톨레도 산토 토메 교회의 오르가스 백장의 매장이라는 그림에 대한 TMI입니다.

 

1. 그림 소개에 앞서 산토 토메 교회는 이름은 교회이지만 개신교 교회가 아닌 천주교 성당입니다.

2. 산토 토메는 Santo - 산토 - 거룩하다, Tome - 토메 - 예수님의 제자 토마스 / 도마를 뜻합니다. 

3. 2024년 기준 입장료는 4유로이며 국제학생증 소유자는 3유로입니다. 

 

입장하면 이런 그림이 있습니다

 


※ 내부에 들어가게 되면 사진은 찍을 수 있으나 Flash가 작동하지 않도록 설정을 확인해 주세요.

※ 성당 내부에 들어가게 되면 남자분들은 모자를 벗어야 합니다. (여자는 상관없습니다)

 

 

톨레도에 살았던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 장면을 그린 그림입니다. 

창백한 얼굴로 축 늘어진 모습이 바로 오르가스 백작입니다. 

 

 

그림을 그린 화가는 당시 도시 최고의 화가인 도메니코스 테오토코풀로스(Doménikos Theotokópoulos)를 고용했는데, 그는 동료 시민들에게 엘 그레코(El Greco)로 더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 이름이 너무 어려워서 그냥 그리스 사람이라는 뜻으로 엘 그레코라고 불렀다는 설이 있음. 지금은 그리스 사람을 Griego-그리에고라고 함.

 

엘 그레코는 최초의 인상파 화가로 여겨지기도 하는 작가이며 주로 성화 - 성경에 나오는 장면을 그림 - 를 그렸습니다. 

엘 그레코의 그림들의 특징은 세로로 길다는 것과 원색의 색채가 강렬한 인상을 주며 등장인물들이 다들 늘씬하고 길쭉한 모습을 띈다는 것입니다.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그림 역시 세로로 길쭉하며 아래에는 장례식 당시의 땅의 이야기, 위에는 하늘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은 1586년에서 1588년에 걸쳐 그려졌습니다.

 

 

그림에는 총 3개의 사심이 들어가 있습니다. 

 

1. 오르가스 백작은 톨레도에 살며 산토 토메 교회에 헌금도 많이 하고 가난한 사람도 도우며 사셨는데 후손들에게도 후원을 계속 이어갈 것을 명령했는데 유언장에서 이 교회에 매년 양 2마리, 포도주 2 가죽, 장작 2 가방, 닭 16마리, 800 마라베디를(당시 화폐) 사제들과 본당의 가난한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기부하도록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200년이나 지났습니다. 200년 전 조상 때문에 지금도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인 거죠. 

이제 후원을 그만할 논의가 있다는 소문이 있자 "저희는 지금도 오르가스님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후원을 계속해주세요"라는 의미로 그림을 그려 기념하였다고 합니다.

 

2. 엘 그레코는 궁정화가 - 궁궐을 출입하며 왕과 왕의 가족의 초상화를 담당하여 그리는 권한을 부여받은 화가 - 가 되고 싶었으나 당시 국왕님 펠리페 2세는 엘 그레코를 궁정화가로 뽑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그림을 얼마나 잘 그리는지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3. 왼쪽 하단의 어린이는 엘 그레코의 아들입니다. 사람들이 아빠와 아들의 얼굴 생김새가 조금 다르다며 '네가 진짜 아빠 맞느냐?'라고 묻기도 했다는데 부모로서 그런 말 듣고 기분 좋아할 사람은 없겠죠. 내 아들 맞다는 의미로 아들을 그렸고 무릎에 올려져 있는 손수건에는 아들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혀있다고 합니다. 실제 그림보다 표지판을 볼 때 글씨가 더 잘 보입니다. 

엘 그레코의 아들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아닌 오르가스 백작을 보라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림의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땅의 이야기 부분.

장례식 당시 땅의 이야기


오르가스 백작의 다리를 잡은 분은 스테판 성인, 몸을 잡은 분은 어거스틴 성인입니다. 

(오르가스 백작은 자신의 시신이 산토 토메 교회의 예배당에 묻히도록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1323년 그가 사망할 때까지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인근 산 에스테반 교회에 임시로 묻혔습니다. 1327년 그의 시신이 산토 토메에 있는 그의 예배당으로 옮겨졌을 때 참석자들은 죽은 자의 전례를 거행하는 동안 모든 사람들이 산토 토메 교회에 나타난 어거스틴 성인과 스테판 성인을 알아보았다고 말했고 이런 기적이 있었음을 공인받았습니다. -공식 홈페이지 참고)

 

☆ 성 어거스틴 - 혹은 아우구스티누스로 알려진 기독교 변증가, 신학자, 성직자. 교부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 성 스테판 - 신약 성서 사도행전에 나오는 그리스도교 최초의 순교자.

 

흰 옷을 입고 등 돌리고 서있는 분이 장례를 진행했던 신부님인데 실제 그림을 의뢰한 신부님의 얼굴을 모델로 그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장례식 당시 비가 살짝 왔다고 하는데 비를 맞아 옷이 젖고 주름진 모습들이 상당히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뒤에 줄지어 서있는데 가슴에 붉은색으로 성 야고보 기사단의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중엔 엘 그레코의 모습도 보이는데 관람자와 눈이 마주쳐지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세워놓고 그리면 되지만 본인의 얼굴은 거울 보고 그리다 보니 눈이 마주쳐지는 형태로 그려졌다는 설이 있습니다. 아들의 얼굴과 고개의 각도가 동일하게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번에는 하늘의 이야기를 알아보겠습니다.

하늘의 이야기

 

노란색 연두색의 옷을 걸친 천사가 오르가스의 영혼을 들고 하늘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왼쪽에 성모님이 오르가스의 영혼을 바라보고 있으며 세례요한이 예수님께 오르가스의 영혼이 올라오고 있다면서 보고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오른손으로 손짓하고 있는데 그쪽엔 노란 옷을 입은 사람이 있습니다.

성당에서 성화를 보는데 노란 옷을 입은 사람이 있다면 80% 정도 확률로 베드로입니다. 

(이유는 특별히 알려지지 않았는데 베드로는 거의 대부분 노란 옷을 입고 있습니다)

손을 보면 열쇠를 들고 있는데 열쇠를 들고 있다면 100% 베드로 입니다. 

성경 마태복음 16장 13-20절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13   예수께서 빌립보 가이사랴 지방에 이르러 제자들에게 물어 이르시되 사람들이 인자를 누구라 하느냐
14   이르되 더러는 세례 요한, 더러는 엘리야, 어떤 이는 예레미야나 선지자 중의 하나라 하나이다
15   이르시되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16   시몬 베드로가 대답하여 이르되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17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바요나 시몬아 네가 복이 있도다 이를 네게 알게 한 이는 혈육이 아니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라
18   또 내가 네게 이르노니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
19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리니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 하시고
20   이에 제자들에게 경고하사 자기가 그리스도인 것을 아무에게도 이르지 말라 하시니라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고 물었을 때 베드로가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라고 대답하자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천국 열쇠를 주겠다고 하시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항상 손에 열쇠를 들고 있습니다. 그림에서나 조각에서나 베드로는 늘 손에 열쇠를 들고 있습니다. 

 

열쇠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 손짓을 합니다. 문을 열으라는 신호입니다. 

 

하늘의 이야기

 

그리고 여기엔 논란이 되었던 부분이 있는데 바로 펠리페 2세 국왕이 그려져 있다는 점입니다.

천국에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과 성인들이 그려져 있는 부분에 당시 스페인 국왕인 펠리페 2세가 있습니다.

살아있는 인물이 천국에 성인들과 함께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2가지로 이야기했습니다. 

 

1. 자신을 궁정화가로 뽑아주지 않는 펠리페 2세 국왕에게 아부하는 것이다.

2. 얼른 죽었으면 혹은 지나치게 띄워줌으로 오히려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하지만 엘 그레코는 어떤 의도로 그려 넣은 것인지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입구에 보이는 기둥에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그림의 제목이 스페인어로 적혀있는데

El entierro del Conde de Orgaz입니다.

세 번째 줄의 첫 번째 단어를 보시면 Conde입니다.

스페인어로 백작이 Conde 에요 ㅋㅋ

 

 

이상으로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그림에 대한 설명을 모두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톨레도 여행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앞으로 다른 장소에 대해서도 가이드북을 정리해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Gracias y Hasta pro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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