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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패키지여행

스페인 패키지여행 - 가이드의 직업병 2편

by GATO VERDE 2022.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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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페인에 사는 고양이 Gato verde입니다.

 

사랑하는 바르셀로나

 

 

 


이번 글은 가이드의 직업병 2편입니다.

사실 이 글을 적고 싶어서 1편을 적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이드의 직업병 1편이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눌러주세요)

 

스페인 패키지여행 - 가이드의 직업병

안녕하세요. 스페인에 사는 고양이 Gato verde입니다. 오늘은 가이드의 직업병에 대하여 적어보려 합니다. 모든 직업, 모든 직종은 각자의 직업병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발레리나의 발가

gatoverde.tistory.com

 

 

 

 

 

처음 가이드로 취업을 하고 일을 배우는 단계에 있을 때 가이드 선배 한분이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가이드 일을 오래하게 되잖아? 그러면 대인기피증이 생길지도 몰라"

 

처음에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시간 속에 이제는 무슨 말씀이었는지 알듯합니다.

 

매번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여행하는 가이드가 왠 대인기피증?

 

 

 

지금껏 100팀 가까이 진행하며 1팀에 평균 30명 내외이니 3000명에 가까운 관광객 손님들을 응대했네요.

그리고 그 3000명 중엔 정말 죽을 때까지 기억이 날 것 같은 사람들도 여럿 있습니다. 

(좋은 이유이던 안 좋은 이유이던)

 

 

윌 나도 기억 지워줘




저도 가이드 일을 하면 할수록 점점 사람이 싫어지게 되더라고요.

 

이상한 손님, 진상 손님 정말 많이 경험하게 됩니다.

 

 

집 떠나 먼 타지에서 피곤한 몸과 낯선 음식과 빡빡한 일정으로 기대와는 달리 힘든 여행으로 실망감을 표출하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선 넘는 사람들도 정말 많이 존재합니다.

 

 

 

여러 에피소드들 중 기억나는 몇 가지를 말씀드려보자면

 

1. 아저씨가 와인 사줄까?

여행팀에 50대 아저씨 중 누군가가 같이 여행하는 팀 내 20대 초반, 중후반 여자분들에게 저 말 참 많이 합니다. 걸걸하면서도 이상한 웃음 섞인 목소리로..

 

젊은 아가씨들은 '괜찮아요..'라고 대답하면 

 

"허허 아저씨 아니 아니 오빠가 한잔 사주고 싶어서 그래"  이렇게 말하는 아저씨들 생각보다 자주 봅니다.

 

그러면서 웃기지도 않은 시답잖은 농담들을 던지는데 대부분의 20대 여자분들은 '아.. 네...' 이런 말만 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습니다. 

 

보다 못해 제가 나서서 "잠시만요!"라고 말을 끊고 여자분들만 제 얼굴을 볼 수 있는 각도에서 눈을 여러 번 깜빡거리며 아까 방에 뭐 문제 있다고 하지 않았냐, 지금 확인하러 가보자 이러면 친구들 중 1명은 제 의도를 알아차리고 아 맞아요! 이러면서 확인하러 가자고 일어납니다.

 

그리고 저는 일정이 다 끝나기까지 여성분들이 최대한 그 아저씨와 마주칠 일이 없도록 조치하고요.

 

 

 

 

2. 가이드는 뭔 재미로 살아?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인근의 호텔에서 숙박을 하는 경우 그날 오후나 저녁에 손님 중 4-50대 남자분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보여주며 가이드 여기 알아? 라며 질문을 하십니다.

 

보통은 카지노 혹은 성매매업소를 물어보십니다. 

그곳들을 가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갈 생각 없지만 어디인지 알긴 압니다. 하지만 모른다고 대답합니다. 

 

그러면 꼭 "에이~ 가이드 이런 거 안 해? 가이드는 뭔 재미로 살아?" 이렇게 되묻습니다. 

 

아내분과 같이 여행 오셨는데도 이 질문을 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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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이드가 시간을 조금 주니까 그렇지

"자 이곳으로 5시까지 다시 모여주세요" 

자유시간입니다. 손님들은 각자 이곳저곳 다니시면서 사진도 찍고 가게도 구경하고 커피도 한잔 하시며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시고 계십니다. 

 

하지만 자유시간을 많이 드리지 못하는 빡빡한 일정, 바쁜 날에는 자유시간 20분 드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면 다시 모이기로 한 시간보다 더 늦게 오시는 경우도 자주 발생합니다.

 

늦게 오시는 것 자체는 이해합니다.

사진 찍고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가버린 것이지요. 이해합니다.

다만 함께 여행하시는 팀의 다른 분들에게 "늦어서 죄송합니다" 한마디 말이면 해결될 일인데 

 

"가이드가 시간을 조금 주니까 그렇지"

 

라고 하시는 분도 많이 계십니다. 

그런 분들은 대부분 다음번에도 5분 늦고 3분 늦고 시간을 지키지 않습니다.

 

늦은 것 자체는 용서가 가능한데 저렇게 말씀하시는 것 때문에 공공의 적이 되어버립니다.

 

 

 

 

4. 저 ㅅㄲ 내 저럴 줄 알았어

참 감사하게도 저의 첫인상은 대부분 좋게 봐주십니다.

 

우리 가이드 인물도 좋아, 말솜씨도 좋아, 설명도 잘해 등등 칭찬도 많이 해주시는데 

뭔가 하나 살짝 맘에 안 드는 경우가 생기면 사람이 갑자기 180도 돌변하시는 분들 참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손님들이 아무리 칭찬을 해주셔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립니다.

 

 

 

 

5. 외국 살면 이런 거 잘 못 먹지?

일정을 다 마치고 공항에서 손님들과 헤어지는 자리에서 한분이 저에게  

외국 살면 이런거 잘 못 먹지?라고 하시며 작은 고추장 통을 주셨습니다. 

 

손바닥 위에 올려진 고추장통은 이상하게도 무게가 한쪽으로 쏠려있었고 

아니나 다를까 열어봤더니 반쯤 이미 먹었고 반만 남은 것을 주고 가셨습니다.

고추장 사이 끼어있던 멸치 대가리와 함께

 

 

 

 

6. 아 정말,, 알려주면 될걸 사람 무안하게.

버스에서 내려 관광지로 걸어가며 도시와 방문 예정지에 대하여 말씀을 드리다 보면 꼭 저를 추월하여 앞서 가시는 분이 생깁니다.

 

"저보다 앞서 가지 마세요"

그러면 다시 뒤로 오십니다. 

 

하지만 20초 정도 지나면 다시 앞으로 오십니다. 

 

"가이드 여기서 왼쪽으로 가? 오른쪽으로 가?"

"저보다 앞서 가지 마세요" 

그러면 다시 뒤로 오십니다. 

 

하지만 20초 정도 지나면 또다시 앞으로 오십니다.

길도 모르면서 왜 자꾸 앞으로 오는 거야..

 

뒤로 오시라고 말씀드리면 이번엔 기분 나빠하시며 

아 정말,, 알려주면 될걸 사람 무안하게.

라고 하시는 분 많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일정 끝나는 순간까지 삐져서 뒤에 계십니다.

 

 

 

7. 이만큼만 내도 충분하잖아???

패키지 팀은 방문하는 대부분 쇼핑센터를 방문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손님들도 쇼핑센터에서 구입하는 금액의 일정 부분을 가이드가 커미션으로 받는다는 것도 알고 계십니다.

그러서 그럴까요?

 

100유로짜리 물건을 구입하시며 80유로 정도만 내시면서 

이만큼만 내도 충분하잖아???  깎아줄 수 있잖아???

라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이 이외에도 조그마한 에피소드들은 정말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손님이 있으니 내가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거지 싶다가도 

저런 손님을 만나면 정말 인류애가 사라집니다. 

 

새로이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이제 저에게 불안한 마음이 들게 하기도 하고요.

선배님이 저에게 하셨던 말씀이 제 이야기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습니다.

 

 

 

 

 

이번글 한줄 요약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Muchas gracias y nos vemos pro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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