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페인에 사는 고양이 Gato verde 입니다.
이번 글에는 스페인에서 패키지 팀 가이드로 일하며 많이 들어봤던 질문에 대하여 속 시원하게 대답해보려 합니다.
자주 듣는 질문 중에 하나가 바로
"밥이 왜 이래요?"입니다.
여행 중에 식사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여행이 아니라 언제든 중요하지만)
집도 아닌 내 나라도 아닌 다른 나라에서 먹는 식사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패키지 여행팀의 식사는 크게 3종류로 나뉩니다.
1. 조식
2. 현지식
3. 한식 또는 중식
1. 조식은 말 그대로 호텔에서 아침에 먹는 조식입니다.
식사의 구성은 호텔이 바뀌어도 별 차이 없이 비슷비슷합니다.
크루아상, 모닝빵, 우유, 시리얼, 슬라이스 치즈, 햄 정도는 기본으로 있고
경우에 따라 딸기잼, 과일주스, 올리브유-발사믹, 통조림 과일, 살라미, 양상추 정도 더 제공되는 호텔도 있습니다.
2. 현지식
외국에 나왔으면 그 나라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 즐거운 포인트가 되는데요.
패키지 여행팀의 경우 보통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제공되는 현지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물 빠에야, 하몬, 오렌지, 바칼라우(포르투갈), 소고기 스테이크, 돼지고기 안심구이, 닭고기 오븐구이 등이 나옵니다.
3. 한식 또는 중식
현지 음식을 먹는 것은 새롭고 설레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도전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유명한 음식이라 해도 내 입맛에는 0점짜리인 경우도 있지요.
그래서 중간중간 한식이나 중국식으로 익숙한 음식으로 밥이 제공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육볶음, 된장국, 밥, 김치 등 익숙한 한국인의 밥상입니다.
혹은 중국식 야채 볶음, 고기 요리 등과 밥이 제공되는 중국 식당을 방문하기도 합니다.
팀마다 일정마다 어느 정도 거기서 거기, 그 나물에 그 밥입니다.
저는 가이드이다 보니 주요 도시의 식당은 직원들과 내적 친밀감이 생길 정도로 자주 봅니다.
1주일에 2번 이상 방문하는 경우도 많고 매번 손님들과 같은 음식을 먹기가 질려서 오늘은 다른 것을 먹고 싶다고 요청하기도 하지요.
이 말씀을 드린 것은 그동안 200팀 가까이하면서 얼마나 많이 같은 음식, 같은 식당이 반복되었을지 한번 생각해보시기를 원해서 그랬습니다.
2-3팀 중 한 팀 정도는 꼭 저에게 "밥이 왜 이래요?"라고 물으시는 분이 계십니다.
식사가 생각보다 부실하기 때문에 맘에 안 든다는 말씀이지요.
솔직히 하고 싶은 대답은 이것입니다.
1번 - 저도 이거 먹기 싫어요..
2번 - 그러게 돈 좀 더 내고 오시지그러셨어요.
하지만 1번도 2번도 말할 수 없어서 '아. 식사가 불편하셨어요?' 정도로 대답합니다.
스페인에 맛있는 게 많은데 왜 식사에서 불편을 호소하시는 분이 많이 계실까요?
1. 조식
아침에 빵을 드시는 것이 익숙지 않은 연령대가 높은 손님들은 조식에서 가장 힘들어하십니다.
하지만 스페인에서 아침밥으로 쌀밥에 고깃국 나올 것으로 예상하신 분은 없으시겠죠?
아침부터 컵라면을 드시는 손님도 많이 보았습니다.
외부 음식 반입을 꺼리는 호텔도 있지만 그냥 뜨거운 물 알아서 가져다 드시라고 포트를 제공하는 호텔도 있습니다.
2. 현지식
빠에야는 쌀알이 얼마만큼 익어야 잘 익은 것으로 생각하는가가 우리나라와 다릅니다.
한국인이 느끼기에 쌀알이 덜 익었다고 생각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스페인 기준으로는 다 익은 겁니다 하지만 안 익은 거 줬다고 저에게 뭐라고 하십니다) 내가 요리한 거 아닌데...
하몬... 하몬만큼 가격 스펙트럼이 넓은 요리도 잘 없을 듯 합니다. 비싼 건 정말 비쌉니다. A4용지 정도의 그릇에 한겹씩만 하몬 올려서 제공하는데 20만원이 넘는 경우부터 몇천원도 안 되는 수준까지 정말 다양합니다. 그리고 높은 등급을 받는 질 좋은 하몬은 일반 패키지 손님에게 제공될 리 없습니다. 전부 솔직히 싸구려입니다.
소고기 스테이크는 말이 스테이크이지 매우 얇습니다. 스페인에서는 비스테크라고 부르고 초등학생 노트 정도의 두께와 A4용지 반의반 정도 크기의 고기입니다. 옆에 감자튀김으로 배를 채워야 합니다. 그나마 고기도 마블링 그런 거 전혀 없습니다. 살코기입니다. 퍽퍽합니다.
돼지고기 안심구이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불판에 고기 올려 깻잎에 마늘 올려 쌈장 올려 그런 고기 구기 아닙니다. 손바닥 정도 크기에 뼈도 붙어있고 굽자마자 나오는 경우가 아니라면 약간 식은 고기를 드셔야 하는데 식은 고기는 여러분도 다 아시는 그런 맛입니다.
3. 한식 또는 중식
한식과 중국식은 워낙 많이 드셔보셨다 보니 뚜렷한 주관을 가지신 분들이 계십니다.
어떤 요리에 어떤 재료가 빠지면 안 된다/넣으면 안 된다. or 간이 싱겁다/짜다 or 한국에 이거보다 더 잘하는 식당 많이 안다 등 오히려 말이 더 많이 나옵니다.
물론 현지식이 너무 입에 안 맞아서 이때 간만에 잘 먹었다고 하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음식으로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답은 가격입니다.
일반 패키지 여행상품들의 가격을 기준으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10일 일정이 대략 160만원대의 상품들이 있었고 그보다 조금 더 싸거나 비싸거나 했습니다.
카타르, 터키 등을 경유해서 오는 비행기가 대략 80만원쯤 합니다.
160만원 - 80만원 = 80만원
호텔은 2인 1실 기준인데 한 방에 1박 약 10만원입니다.
10만원 x 9일 = 90만원. 2인 1실이니까 1명은 45만원
160만원 - 비행기 80만원 - 호텔 45만원 = 35만원
유료 입장을 하는 관람지는 프라도미술관, 사그라다 파밀리아, 톨레도 대성당, 톨레도 산토토메교회, 세비야 대성당, 알람브라 궁전 정도 있습니다.
대략 입장료는 20유로, 15유로, 10유로 정도 합니다. (산토토메교회만 3유로)
대략 계산 편의상 70유로로 잡으면 10만원쯤 합니다.
160만원 - 비행기 80만원 - 호텔 45만원 - 입장료 10만원 = 25만원
거기에다 인솔자 비용, 가이드 비용 (저 같은 가이드), 현지 로컬 가이드 비용 (스페인 현지인), 스페인 관광버스 전세료, 관광버스 기사 비용 등을 빼면 얼마나 남을까요?
솔직히 이미 남는 게 없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밥까지 먹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밥이 부실해지는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호텔이 부실해지거나, 밥이 부실해지거나, 둘 다 부실해지거나
여행 가서 가이드에게 밥이 왜 이러냐, 호텔이 왜 이러냐 묻지 말아주세요.
한국에서 어디가 저렴한지 고르고 골라서 결정해놓고 왜 가이드에게 묻습니까
가이드가 일정 진행하라고 받은 돈으로 싸구려 밥 사드리고 돈 남겨 먹는 거 아닙니다.
배정받은 대로 갈 뿐입니다.
가이드도 맛있는 거 먹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Muchas gracias y nos vemos pro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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