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페인에 사는 고양이 Gato verde입니다.
29만 원짜리 해외여행 정말 가능할까요?
오늘은 유튜브 레리꼬님의 영상을 보고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꾹꾹 눌러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레리꼬님의 영상이 궁금하시다면 아래를 눌러주세요.
https://youtu.be/TXQ-Sc6SzmI?si=dBQD-3D-mC7DByNe
https://youtu.be/iOc2dzqa0oA?si=yrk4CQ7-WRtg4tEe
영상의 내용을 짧게 정리하면 유튜버 레리꼬님은 중국으로 가는 패키지여행을 다녀오셨는데
1. 가이드의 선택관광 강요가 너무 지나쳤고,
2. 선택관광을 하지 않으면 여러 모양으로 피해를 받게 되었으며
3. 욕설과 함께 살해협박성 메시지까지 받았다
이러한 내용이 있습니다.
왜 이런 문제들이 생겼을까요?
그동안 하고 싶었던 얘기 그냥 까발려보겠습니다.
사실 저도 이전에 선택관광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선택관광을 안 하시면 가이드는 수입이 없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글에서는 더 내부적으로 곪은 내용들을 다 말해보려 합니다.
선택관광 강요, 가이드만의 문제일까요?
선택관광 강요, 쇼핑 일정… 그 이면에 숨겨진 진짜 문제
위에서 언급한 레리꼬님이 아니더라도 여행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패키지여행을 다녀온 분들이 “선택관광을 강요당했다”, “쇼핑센터에서 너무 오래 머물렀다”는 불만을 털어놓는 글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본인도 그런 적이 있었다 혹은 이전에 부모님 여행을 보내드렸을 때 나도 비슷한 일들이 있었다며 댓글 다는 분들도 많고 공분을 사기도 하죠.
하지만 저는 현재 가이드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상황을 단순히 “가이드가 나빴다”는 식으로만 바라보는 건 너무 표면적인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레리꼬님의 경우처럼 가이드가 방으로 찾아간다던지, 욕설, 살해협박성 발언이 정당하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싸고 좋은 여행, 그 이면에 숨겨진 시스템
많은 분들이 패키지여행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가격’**입니다.
"OO일간 유럽여행 199만 원!" 같은 문구는 누구에게나 매력적으로 다가오죠.
하지만 이 저렴한 가격 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조건’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선택관광, 쇼핑 일정입니다.
이런 일정들은 단순히 일정에 포함된 게 아니라, 가이드의 수입과 직결된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예를 들어, 3박 4일 중국 청도 여행 상품이 29만 원이라고 가정해 보죠.
비행기 값만 해도 최소 15만 원가량인데, 거기서 도대체 무슨 돈으로 손님들이 호텔에서 자고, 식사하고, 버스를 타고, 관광지를 입장할 수 있을까요?
결국 이 부족한 비용은 선택관광과 쇼핑을 통해 메워야만 하는 구조로 이어집니다.
예전에는 이스탄불 비행기 왕복만 해도 90만 원이 넘던 시절에, 터키 10일 일주 상품이 99만 원에 팔린 적도 있었습니다.
나머지 9만 원으로 10일간의 여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하청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 현지 여행사는 한국 여행사에 말합니다.
“손님만 보내 달라.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
그 말은 곧, 현지에서도 적자를 감수하며 팀을 받고, 그 팀을 가이드에게 팔아넘기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현지 여행사는 호텔, 버스, 입장료, 식사 등으로 이미 마이너스입니다.
플러스로 바꾸는 방법은 손님들의 선택관광과 쇼핑으로 커미션을 챙겨서 메꾸는 것입니다.
가이드는 손님들이 추가적인 소비를 하게 만들고 그 돈 중 일부를 실제 경비로 사용하며 나머지를 회사와 가이드가 수익으로 챙깁니다.
그러니 가이드는 선택관광, 쇼핑에 목을 멜 수밖에 없게 됩니다.
가이드의 현실 – ‘여행 안내자’에서 ‘판매원’으로
여행지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지식으로 즐거운 여행을 안내하는 가이드를 생각하셨습니까?
실제로는 많은 가이드들이 기본 수당만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한 구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참좋은여행, 모두투어 등 한국 여행사를 통해 여행을 간다 해도
실제 현지에서 만나는 가이드는 한국 여행사 직원이 아니라 현지 여행사의 직원입니다.
한국 여행사 → 현지 여행사에 하청 → 현지 여행사 가이드가 팀 받음 이런 구조인 거죠.
게다가 터키, 태국, 중국 등의 일부 국가에서는 가이드가 팀을 배정받기 위해 현지 여행사에 오히려 돈을 내고 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걸 인두세라고 합니다. 손님 1인당 얼마를 가이드가 회사에 내야 하는 구조이죠.
즉, 가이드는 손님을 만나기도 전부터 마이너스로 시작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후에는 어떻게든 손님 주머니를 쥐어 짜내서 수익을 회수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되는 거죠.
터키의 경우 30명가량의 인원이 있는 팀을 받기 위해 가이드가 현지 여행사에 약 3000-4000유로를 내고 팀을 받아옵니다.
그러면 가이드는 마이너스 3000-4000유로라는 큰 금액의 부담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그리고 팀 전원이 선택관광에 100% 참여하면 그제야 플러스 마이너스 0원이 되는 수준이고
장미 오일이니 가죽 제품이니 여러 물건들을 추가로 판매해야 그제야 플러스로 돌아서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손님이 선택관광에 참여 안 한다? 가이드는 그 손님이 곱게 보일리 없습니다.
어떤 분은 이렇게 반박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행안내에 보면 가이드비용 현지지불 50 USD 이렇게 쓰여있고 실제로 현지에서 현금으로 돈 내지 않느냐고
네 맞습니다. 가이드 비용을 현지에서 지불하는 곳이 많습니다. 국가에 따라, 일정에 따라, 팀 인원수에 따라 다르지만 가이드 비용을 현지 지불합니다. 유럽은 1인 100유로 정도를 현지 가이드 비용으로 지불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그 돈은 가이드의 것이 되느냐?
아닙니다.
그 돈 받아서 기사 일당 주고, 식당에서 밥 값내고, 현지 로컬 가이드 팁 주고, 입장료 내고 등등 팀 일정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됩니다.
사용하다가 남으면 그건 내 돈이 되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회사에 전액 줘야 하기도 합니다.
현지 가이드 비용 중 10원도 가이드의 수익이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가이드 비용이라고 걷은 돈으로 식사비, 입장료, 버스 기사 일당 등을 냅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하지만 이것이 현재 수많은 패키지 팀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선택관광 수입은 모두 가이드의 것일까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아닙니다.
가이드는 그중 일부만을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실제로는 그 커미션의 상당 부분이 현지 여행사 몫으로 빠져나갑니다. (가이드는 이래 뜯기고 저래 뜯기고)
그러니 현지 여행사에게 선택관광을 잘 파는 가이드는 좋은 직원, 선택관광을 잘 못 파는 가이드는 나쁜 직원이 될 수밖에 없죠.
가이드에게는 **“선택관광 몇 건 못 올리면 다음 투어는 배정 안 된다”**는 식의 압박이 가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이드는 팀을 배정받기 위해 회사에 돈을 지불하고, 부족한 수익을 보전하려고
할 수 있는 모든 선택관광—공연, 코끼리 체험, 마차, 스노클링, 마사지, 말린 망고, 라텍스 베개, 오메가 3, 장미 오일, 올리브 오일, 관절 약, @@크림, 가죽 제품 등—지역별로 가능한 옵션은 전부 끌어모을 수밖에 없습니다. 비공식적으로 성매매 업소까지도
그리고 그 부담과 피해는 고스란히 손님에게는 불편함과 불신으로, 가이드에게는 스트레스로 돌아오는 것이죠.
가이드들은 다음 팀을 더 좋은 팀으로 배정받기 위해 실제 판매보다 더 많이 판매한 것처럼 부풀려서 보고를 하고 정산하기도 합니다.
Ex) 코끼리열차 10명. 회사 입금 200$ 이런 내용을 코끼리열차 15명. 회사입금 300$
뭐 이런 식으로요. 가이드는 실제로 자신의 커미션 중 일부를 회사에 갖다 바칩니다.
그래야 다음 팀을 더 좋은 팀으로 - 여기서 말하는 좋은 팀이란 돈이 잘 벌릴 것 같은 팀을 의미함 - 받을 수 있으니까요.
회사도 가이드들이 그렇게 하는 거 알면서도 받아갑니다.
손님들에게 즐거운 이야기, 해박한 지식으로 알찬 설명과 안내, 다정하면서 정중하고 친근하게 대하고 뭐 그런 거 모르겠고 회사에 돈 많이 벌어다 주는 가이드가 회사에서도 결국엔 좋은 가이드니까요.
저는 결국 문제의 원인은 선택관광을 팔아야만 하는 가이드와 강요당해서 기분이 나빠진 손님의 싸움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손님이 선택관광을 하지 않거나, 쇼핑에 비협조적이면 가이드 입장에서는 “나의 수입을 방해하는 사람”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이드들은 말합니다. 최고의 진상손님은 선택관광 안 하는 사람이라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택관광 참여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가이드의 언행이 다소 거칠어지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나는 돈을 이미 내고 팀을 받아왔는데 떼돈은커녕 일하고도 돈이 없어질 상황이라면 어떻겠어요?
가이드는 절박한 마음에 어떻게든 설득하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손님 입장에서는 강요처럼 느껴져 불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후기나 영상으로 공개되면서 가이드는 다시 회사로부터 질책을 받고, 다음 팀에서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죠.
하지만 또 돈을 벌기 위해서는, 마음 한구석에서는 **“어차피 그 손님이랑 또 볼 사이도 아니고 철면피가 되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타협을 하게 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여행 초반부터 **“예전에 와봤어요. 선택관광 안 할 거예요”**라고 딱 잘라 말하는 손님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솔직히 속으로는 “그럴 거면 왜 왔어?” 마음속에서 육두문자가 올라옵니다.
그 순간부터 그 손님은 ‘동행’이라기보다는, 장애물처럼 느껴지는 게 솔직한 심정일 때도 있습니다.
가이드도 사람인지라 그런 상황에선 감정이 격해지기도 합니다.
당연히 손님의 마음도 이해됩니다.
선택관광도 여러 개 총합하면 그 돈이 50만 원 이상 넘어가기도 합니다.
그러니 레리꼬님도 29만 원 + 50만 원 상품으로 홍보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할만합니다.
맞아요. 그렇게 느끼는 게 지극히 정상입니다.
모객을 할 땐 어디까지나 선택 사항이고 미참으로 불이익 없다고 안내해 놓고
막상 도착하면 반 강요, 반 협박 등으로 밀어붙이는 가이드를 만나면 어떤 손님이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할까요?
상세하고 친절한 안내를 드리는 가이드가 아닌 어떻게든 손님 주머니를 쥐어짜 내려는 가이드로 변하게 하는 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결국 피해자는 여행객 손님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행사가 책임져야 할 몫
많은 여행사들은 수준 이하의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그 뒤처리는 현지 업체에게 맡깁니다.
하지만 가격이 싼 데는 싼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싼 게 비지떡’이 아니라, ‘싼 가격이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소비자도, 여행사도, 그리고 업계 전체가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여행사도 이런 부분의 안 좋은 면을 알기 때문에 노 옵션, 노 쇼핑 상품을 따로 만들어서 파는 거 아니겠어요?
여행사도 지금의 구조는 불편함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거 다 알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변화
사실 가이드들 사이에서도 이야기합니다.
**“선택관광이나 쇼핑 다 없애고, 기본 일당만 제대로 주면 좋겠다”**고요.
그러면 손님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아도 되고, 정말 여행을 ‘가이드’하는 데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누구보다 그걸 바라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업계는 최저가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고, 그 부담은 그대로 가이드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가이드는 수익과 자존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고, 손님과의 관계는 자칫하면 갈등으로 번지기 쉽습니다.
저 역시 가이드로 일하면서, 선택관광을 유도하는 대신
스페인의 아름다움, 현지 문화, 즐거운 여행의 추억을 전하는 데 집중하고 싶습니다.
여행은 그렇게 흘러가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또 어떤 가이드는 불편함을 감내하면서까지 선택관광이 있는 일정을 하고 싶어 합니다.
왜냐하면 그게 더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노 옵션, 노 쇼핑 상품은 정해진 일당만 받는데 10일짜리 일정 일당 총액이 80만 원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어떤 가이드가 노 옵션, 노 쇼핑 상품을 하고 싶어 하겠습니까?
앞으로 우리가 함께 생각해 볼 점
- 여행객 입장에서는 정확한 정보를 받고, 선택권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 가이드 입장에서는 정당한 보상과 안정적인 노동환경이 필요합니다.
- 여행사 입장에서는 정직한 가격 구조를 설정하고, 잘못된 유도나 강요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책임이 있습니다.
여행은 즐거운 경험이어야 합니다.
그 안에서 누구도 억울하지 않고, 누구도 위축되지 않으며, 모두가 웃으며 여행을 마칠 수 있도록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정직한 구조와 존중받는 여행, 우리 모두가 바라는 변화 아닐까요?
긴 글 핵심 요약
🔹 “29만 원 해외여행”의 진실
- 항공료만 해도 절반 이상인데, 나머지 비용은 선택관광과 쇼핑 커미션으로 보전될 수밖에 없음.
- 싸게 보이도록 ‘기본 가격’만 홍보하고, 필수에 가까운 선택관광은 도착 후 강요하는 구조.
🔹 선택관광 강요의 진짜 원인
- 가이드의 수익 구조 자체가 왜곡되어 있음. 기본 수당이나 현지 지불금으로는 생활 불가.
- 어떤 경우엔 오히려 ‘인두세’를 내고 팀을 받아 일하는 경우도 있음. 즉, 마이너스로 시작.
- 선택관광과 쇼핑은 그나마의 수익을 위한 거의 유일한 수단.
🔹 누구의 잘못인가?
- 단순히 가이드의 문제로 몰아갈 수 없음. 구조적 문제로, 여행사-현지업체-가이드까지 이어지는 하청구조 탓.
- 여행사는 저가 상품을 팔기 위해 구조를 묵인하고, 소비자는 싸고 좋은 여행만 원함.
- 결국 가장 약자인 가이드와 소비자끼리 갈등하게 되는 구조.
🔹 변화가 필요한 지점
- 여행사: ‘진짜 가격’을 솔직하게 안내하고 정직한 상품을 만들어야 함.
- 소비자: 싸게 다녀오는 여행이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한 건 아닌지 인식이 필요.
- 가이드: 선택관광 없이도 안정된 수익이 가능한 환경이 필요함.
이상으로 오늘의 포스팅을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Muchas Gracias. Nos vemos pro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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