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바르셀로나에 사는 고양이 Gato verde입니다.
이번 글은 구엘 공원 가이드북 5편 - 그리스식 극장입니다.

4편에서부터 이어지는 묵주의 길을 따라서 더 안쪽으로 이동하다 보면 구엘공원에서 꼭 봐야 하는 핵심포인트 중 하나인 바다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바다뷰는 정말 여러번 사진을 찍었지만 그 어떤 사진으로도 그 100만 불짜리 뷰를 다 담을 수 없었습니다.
꼭 눈으로 확인하시기를 추천드려요.

왼쪽엔 나 여기 있소! 큰 소리로 외치며 툭 튀어나와있는 성가족성당이 보이고
가운데엔 가슴까지 뻥 뚫리는 탁 트인 지중해 바다와 도시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오른쪽엔 황영조 선수가 뛰어 올라가셨던 몬주익 언덕까지 보입니다.
정말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아름다운 바르셀로나의 모습이 펼쳐집니다.
개인적으로 날짜운 순위를 매기자면
1. 바다와 하늘의 경계까지 뚜렷하게 보이는 날 ← 최고중의 최고
2. 바다와 하늘의 경계까지는 잘 보이지 않지만 바다도 보이고 가시거리가 긴 날
3. 도시가 내려다보이기는 하지만 하늘이 뿌옇게 흐린 날
4. 도시도 잘 안 보이고 가시거리가 안 좋은 날
5. 비오는 날.........
보통 여름엔 더워서 힘들지만 뷰는 끝내주고 겨울엔 복불복이 있고
9-11월, 3-5월엔 비 오는 날이 끼는 복불복이 있습니다.

뿌옇고 가시거리가 안 좋은 날은 대충 이정도입니다.

오시는 모든 분들께 날씨운이 함께하기를...
배경이 이상한것 같은데?

살짝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드디어 구불구불벤치가 눈에 들어옵니다.

야자수 모양의 벽에는 산 아래 동굴 통로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화장실로 사용중이니 필요하신 분은 쓰시고 가세요.

화장실의 앞에서 보는 뷰도 못지않게 끝내주게 예쁩니다.
어떤 사람들은 벤치에 앉아 쉬고있고 어떤 사람들은 또 나름대로의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자 그러면 벤치로 가까이 가봅시다.

초등학교 운동장처럼 생긴 이 대형 광장은 가우디가 공원의 초기 설계도에서 그리스식 극장이라고 이름 지은 곳입니다.
구엘 공원의 사회지리학적 중앙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공원 공동체의 문화적 시민적 성격의 모임과 스포츠 모임을 위한 장소였습니다.
19세기말 유럽 전역에서 낡고 오래된 장소를 재활용하거나 피난처 같은 곳에서 고대 그리스 시대의 극장처럼 야외 연극 공연을 했던 것이 유행이었기 대문에 그리스식 극장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광장의 절반은 아래 시장의 기둥 86개가, 나머지 절반은 땅이 지탱하고 있고, 가우디가 마지막으로 착수한 작업이었다고 합니다.
1913년 벤치가 완공되었고, 이듬해 작업은 최종적으로 중단되게 됩니다.

물결 모양의 벤치
도시와 바다를 향하고 있는 벤치는 구불구불한 모습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조각, 기능, 디자인 모든 부분에서 20세기 위대한 예술 작품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벤치에 꼭 한번 앉아보시기를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앉으시면 정말 편합니다.
내가 앉은 이 의자가 돌로 된 의자라는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을 만큼 편리합니다.
다리 꼬고 앉거나 엉덩이 빼고 앉으면 아무 소용없고 엉덩이 뒤로 딱 붙이고 허리 기대서 앉아야 해요.
가우디는 사용자들이 가장 편안하게 앉을 수 있도록 젊은 공사 인부들에게 직접 앉아보도록 하고 피드백을 들으며 각도를 조정했다고 합니다.
인체공학적 설계라고 할 수 있지요.
또한 벤치는 볼록한 부분, 오목한 부분 조립식으로 각각 만들고 현재 위치에 설치했다고 합니다.

벤치에는 수많은 타일들이 붙어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타일의 장식이 구엘공원에서 꼭 보고 가야 하는 핵심으로 꼽습니다.
꼽다고?
이 타일 장식이 가우디의 시그니처기법인 트랜카디스 기법입니다.
의자는 곡면으로 이루어져 있고 타일은 평면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타일은 깨트려서 붙였습니다.
깨트려서 붙이기 때문에 휘어지는 곡면에 빈틈없이 붙일 수 있었고 타일의 작은 조각도 활용 할 수 있었습니다.
벤치는 가우디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던 주셉 마리아 주졸이라는 사람이 실무를 담당했습니다.
식기 조각, 병 조각, 도자기 조각, 조개 등을 활용하기도 하면서 선구적인 추상예술, 콜라주 등 독창적이면서 화려한 장식을 선보였습니다.



이 트랜카디스 양식을 두고 1905년 바르셀로나의 한 잡지에는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장정 서른 명이 조각을 부수고 있고, 그 위에서 다른 서른 명이 재조립을 하고 있다.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게재되었었다고 하네요.

벤치의 뒷면도 장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등받이 뒷면에는 구멍이 뚫려있는데 벤치 위에 비가 내리면 빗물이 흘러가서 빠지도록 하는 배수구멍입니다.

멀리서 본다면 앉았던 벤치의 뒷면이 도리스식 신전의 지붕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사자의 머리들이 보이는데 사자의 머리에서 빗물이 떨어집니다.
비가 오면 사자들이 턱에 빵구가 나서 입에서 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니야 그냥 빗물이 떨어지는구나 하고 끝나야지 진짜 비 오는 날에 오지는 마요...)
그늘도 지붕도 거의 없는 구엘공원은 너무 뜨거운 날도 비 오는 날도 투어하기 좋은 날로 꼽지 않습니다.
아니꼽다고?

비오는 날 오지마여..
하긴 누가 비오는 날 오고싶어서 오나..
흑..

벤치가 가장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구간으로 가면 구엘공원의 입구와 도시, 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 뷰가 구엘공원에서 가장 중요한 사진스팟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다 이 배경으로 예쁘게 사진 찍고 싶어서 여기에 바글바글하게 몰려있는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오픈런 혹은 오후 5시 넘어서 가장 사진 찍기 좋다고 생각해요.
이유는 한낮에는 역광입니다.
간혹 눈치 없이 계속 앉아있거나 사진 너무 혼자 오래 찍는 펄슨이 있다면 짜증이 솟구칩니다.

자 그러면 제5편 그리스식 극장-구불구불벤치 편은 여기에서 마무리합니다.
여러분들의 즐거운 구엘공원 여행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6편은 그리스식 극장의 아래로 내려가보겠습니다.

파라솔 왼편의 내려가는 계단으로 가봅시다!
자 그러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6편에서 만나요.
Hasta pro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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